오늘은 유난히 조용한 여름 오후예요. 창문을 반쯤 열어두었더니, 바람이 슬쩍 커튼을 건드리고 가네요. 마치 안부라도 묻듯이. 저도 그 바람에 대답하듯, 조용히 커피를 한 잔 내렸습니다. 드립 포트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도, 뜨거운 김이 올라오며 퍼지는 향도, 괜히 마음을 더 차분하게 만들어요.
커피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안고 창밖을 봅니다. 그늘 아래 숨어 있는 작은 고양이 한 마리, 느릿하게 늘어진 오후 햇살, 어디선가 들려오는 매미 소리. 참 별일 없는 하루인데, 그런 하루가 꼭 시가 되는 날이 있어요. 딱 오늘 같은 날이죠.
'그리운 이름 하나, 혀끝에서 맴돌다 사라지고
마음은 아직도 그 여름에 앉아 있다
한 잔의 커피처럼 쓴 기억도,
다 식으면 향이 되어 돌아온다'
그냥 적어본 말인데, 괜찮네요. 요즘 따라 마음이 예전처럼 말랑하지 않아서 시가 잘 안 써졌거든요. 근데 이렇게 커피 한 잔 옆에 두고, 바람소리 들어가며 앉아 있으니, 무거웠던 말들도 스르르 풀리는 것 같아요.
사실 커피 한 잔이 해주는 위로가 꽤 크더라고요. 혼자라는 걸 잊게도 해주고, 너무 많은 생각을 조용히 정리해주기도 하고요. 누군가는 그저 카페인을 위해 마신다지만, 저는 이 향과 온기를 통해 오늘을 느껴요. 그리고 그 온기가 조금은 시가 되어,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스며드는 듯합니다.
다 마신 커피잔을 내려놓고 나면, 남는 건 잔잔한 여운이에요. 그 여운을 품은 채 다시 하루로 돌아가야겠지요. 오늘 이 글도, 그저 그런 하루의 커피 향처럼, 누군가의 마음에 조용히 남았으면 좋겠습니다.